눈 깜짝할 사이에 용접 학원 생활도 3주 차 금요일에 접어들었다. 국비 지원 교육 과정이라는 긴 터널의 딱 절반을 통과한 셈이다.
이쯤 되면 가스텅스텐아크용접(TIG) 파이프 정도는 눈 감고도 슥슥 해치워야 할 시기인데,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분명 예전에는 손이 기억하던 감각이 있었건만, 한동안 현장을 떠나 있었더니 손끝이 남의 살처럼 굳어버렸다.
노련한 현장 용접사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아마 배를 잡고 웃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이번 기회에 아예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굳은 감각을 끝까지 다 풀어내기로 마음먹었다.
잃어버린 예전의 예리한 용접 감을 반드시 되찾고 말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6G 파이프 용접, 80%의 능선을 넘다
다행히 어제 학원장님의 짧고 굵은 특강이 큰 힘이 됐다. 갈피를 못 잡고 헤매던 내 손놀림에 마치 강력한 모터를 단 것처럼 방향이 잡히기 시작했다.
학원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6인치 SHC40 6G 파이프를 걸고 파이널 비드 연습에 몰두했다.
용접은 참 묘한 구석이 있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물 흐르듯 비드가 깔리다가도, 어떤 날은 귀신이 곡할 노릇처럼 엉망이 되곤 한다.
오늘 아침 첫 비드를 쌓고 나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어제보다 발전이 없는 것 같아 한참을 쳐다봤다.
어제 분명 잘 됐던 동작이 오늘은 왜 이렇게 삐걱거리는 걸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건 단순한 컨디션 문제가 아니었다.
아직 기술이 내 뼈와 살에 완벽히 새겨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결국 답은 지루한 반복 숙달뿐이다. 파이프를 바꿔가며 몇 번이고 다시 도전했다. 연습 중에 문득 깨달은 사실은, 기초가 튼튼해야 마지막 비드도 예쁘게 나온다는 점이다.
특히 루트패스와 핫패스 단계에서 흔들리지 않는 노하우를 적용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뼈저리게 느꼈다.
기초가 흔들리면 파이널 비드는 아무리 공을 들여도 모래성일 뿐이다.
| 연습 단계 | 핵심 집중 포인트 | 기대 효과 |
|---|---|---|
| 초기 세팅 | 파이프 수평 및 각도 유지 | 용접 자세 안정성 확보 |
| 패스 반복 | 전류값 세밀 조정 및 위빙 | 균일한 비드 형성 |
| 마무리 비드 | 끝단 처리 및 외관 점검 | 결함 방지 및 품질 향상 |
계속해서 집중하다 보니 드디어 모양이 잡히기 시작했다.
거칠기만 했던 비드가 차츰 안정을 찾으면서 일정한 결을 만들어내는 걸 보니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이제야 비로소 감각의 80% 능선을 넘었다는 확신이 든다.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한 결과물이 비드 톱니 현상을 눈에 띄게 개선해주었고, 덕분에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한층 단단해졌다.
용접봉을 잠시 내려놓고 외친 대한민국
오전 10시 30분이 지날 무렵, 학원 분위기가 갑자기 술렁거렸다.
원장님이 북중미 월드컵 한국 대 체코 경기를 다 같이 응원하자며 우리를 불러모으신 거다.
한국 축구의 역사적인 월드컵 첫 경기인데 용접 연습생들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 있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이 끓어올랐다.
작업복을 입은 채로 10여 명의 동료와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학원 측에서 센스 있게 준비해준 치킨과 시원한 음료수 냄새가 실습실 안을 가득 채웠다.
용접봉 대신 치킨을 쥐고 한마음 한뜻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는 그 순간만큼은 다들 국가대표라도 된 듯 비장했다.
경기는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먼저 한 골을 내주며 가슴을 졸였지만, 우리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내 역전승을 일궈냈다.
2대 1로 경기가 종료되는 순간, 실습실은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승리의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 같아 16강을 넘어 4강 신화까지 다시 써 내려가길 진심으로 빌었다.
용접의 기술적 완성도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이런 비드 결과에 대한 깊은 성찰과 열정이라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
아내의 도시락, 그리고 다시 잡은 용접봉
축구 응원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오후 1시,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열었다.
응원에 집중하느라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뚜껑을 여는 순간 정성 가득한 식단에 감동이 밀려왔다.
마늘, 신선한 생야채, 닭가슴살 볶음, 버섯 볶음, 양파 장아찌까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구성이었다.
닭가슴살의 담백함과 양파 장아찌의 새콤함이 어우러져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아삭한 당근과 오이를 씹으며 아내의 정성을 음미했다. 이렇게 완벽한 식단을 챙겨 먹고도 힘을 못 내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땀 흘리는 남편을 위해 매일 아침 주방에서 고생했을 아내를 생각하니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교차했다.
도시락 하나에 담긴 사랑 덕분에 오후 연습도 거뜬히 버틸 에너지를 얻었다.
여보, 오늘도 고마워. 당신 덕분에 내가 건강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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